지뢰밭 된 사모펀드… 업계 "지금 구조로는 또 터진다" - 조선비즈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는 공공기관 거래 매출채권에 편입 자산의 95% 이상을 투자해 연 3%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라임 사태가 한창일 때 안정성이 높다고 소개된 옵티머스운용 펀드는 NH투자증권(005940)(4407억원)을 비롯해 한국투자증권(677억원)·케이프투자증권(207억원) ·대신증권(45억원)·한화투자증권(19억원)에서 총 5355억원 규모로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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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운용 펀드 사태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사기는 후행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반응이 나온다. 판매사의 상품 검증능력이 부족하고 ‘당장 이자만 꼬박꼬박 들어오면 된다’는 태도가 문제가 생긴 다음에야 후속 조치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처음부터 속이려고 하면 판매사는 이를 검증할 능력이 부족하다"라며 "자산을 확실히 확인하려면 판매사 담당자가 일일이 직접 기초자산을 검증해야 하는데 지금은 상품을 만든 사모운용사가 주는 서류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원래 계획과는 달리 대부업체 등 비상장사의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이 최종적으로 흘러 들어간 곳은 NPL(부실채권)이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쪽이었다. 이에 판매사들은 옵티머스운용이 다른 자산을 편입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펀드명세서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보통 자산운용사 측에서 가져온 법무법인 서류 등으로 자산을 확인한다"라면서 "그런데 옵티머스운용 측에서 판매사에 준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양도통지도달 확인서 등은 위변조된 상태였다"라고 했다. 판매사들은 펀드 자산을 위·변조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펀드를 기획·설계한 운용사에 속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가 불거지자 판매사의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을 지난 4월 발표했다. 판매 전 운용사가 제공한 자료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내부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펀드가 투자설명자료에 나타난 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 점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자본시장법을 고쳐야 해 언제 시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옵티머스 펀드는 당국의 개선안이 시행되기 전에 팔렸기 때문에 판매사나 수탁사가 자산운용사의 운용 적정성과 신뢰성을 확인할 의무가 강하게 부여돼있지 않았다"라며 "당연히 판매사는 운용사 투자설명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만 나면 된다’는 판매사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운용) 상품이 좀 의심스러워도 일단 수익이 나고 있었으니까 크게 문제 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판매는 수익률 경쟁게임이다. 지난해 라임 사태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들은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옵티머스운용 펀드를 팔아 실적을 내려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증권사 PB들은 고객들에게 수익률이 좋으면서 소수만 아는 사모펀드를 가져왔다고 과시하기도 했다"라며 "당장 상품을 팔아서 실적을 내야 하는 PB들이 ‘상품에 이상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서 알려달라’고 회사에 요청할 수나 있겠느냐"라고 했다.
판매사와 고객, 정부의 ‘사모펀드 환상’도 이번 사태를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최근 2~3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과 채권같은 전통적인 투자자산 대신 대체자산을 편입한 사모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대체투자 쪽은 자산 가격을 평가하기 쉽지 않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판매사와 고객, 정부 모두 주식과 채권 이외의 새로운 상품(대체 투자)를 맹신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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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에서 잇달아 사고가 터지자 전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과거 당국 조사에서는 운용사가 제출한 서류만 갖고 조사했는데 이번엔 실물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엔 52개사만 했지만 가능하면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전부 조사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감원 자산운용감독국 인력 2명을 투입해 전문사모운용사 52곳의 사모펀드 1786개를 서면으로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 금감원은 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자산 바꿔치기를 적발하지 못했다. 당국이 서면으로 제출받는 자료로는 신고한 자산과 실제 자산이 일치하는지, 건전한 자산인지 판가름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만기 미스매치, 사모사채 과다 편입 이슈 등의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펀드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큰 문제로 삼지 않다가 판매사의 신고로 지난 19일부터 옵티머스운용 현장 점검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서면 문제를 파악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25일 성명서를 통해 "5개 팀, 32명에 불과한 자산운용검사국이 1만개가 넘는 펀드를 정밀검사하려면 수십 년은 걸릴 일"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수조사는 펀드 자산이 얼마나 건전한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소요되는 시간도 중요하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잘못을 저지른 운용사를 제때 잡기 힘들고 도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재발하자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모펀드 시장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사후에 자산운용사나 판매사에 문제가 생기면 처벌 강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이미 금융당국이 지난 4월에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발표해 처방전은 나왔다"라며 "대신 문제가 생긴 자산운용사나 판매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앞으로 사모펀드 시장에서 사고가 나면 ‘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제대로 심어줘야 한다"고 했다.
2020-06-25 21: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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