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에 속내 쏟아낸 대기업 "공채는 무슨, 몇명 내보낼지 고민"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매년 9월 대졸 신입공채를 실시해 온 A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해 인건비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그룹 관계자는 “신입사원 한 명을 키우는데 연봉과 교육비, 기타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1억원 이상이 든다”며 “회사가 코로나 때문에 초긴축 경영 중이라 사람 한 명 한 명 뽑는 게 다 부담”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들 “올해 채용 작년의 25~50%”
고용의 축이 바뀐다 [상편]
그나마 재계 1위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공채를 실시해 2018년 발표한 ‘3년 간 4만명 신규채용’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삼성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고, 올해만 따져봐도 필요 인력보다 1만명 이상 추가로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최대 기업으로서 고용의 마지노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 같다”고 해석했다.
삼성을 제외한 대기업들의 수시채용 전환 추세에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의 압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17년 5월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와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엄격한 고용보호 제도가 맞물려 기업들의 채용 여력은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무작정 대기업들에게 사람을 뽑으라는데 여건은 안 되고 채용하는 모습은 보여야 하니, (겉으로 드러나는) 공채라는 개념을 없애고 ‘우리는 계열사별로 수시로 뽑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게 바로 공채를 없애는 진짜 이유”라고 말했다.
15대 그룹 대표기업, 2분기 직원수 감소
“경직된 고용제도, 결국 피해는 신입들이”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고용 제도는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인상한 부동산 정책 같다. 퇴로를 다 막아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서가 기획과 인사인데, 정부가 인사 관리에 압박을 주면 할 게 없다”며 “‘현상 유지’를 위해 ‘새로운 고용’을 포기하다보니 능력있는 젊은 인재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기업 관계자 역시 “코로나로 돈 흐름은 막혔지, 영업 규제로 사업은 나빠지지, 노동시장 규제로 사람도 마음대로 못하지 결국은 인건비 삭감을 해보다가 안 되면 희망퇴직을 받는 수밖에 없다. 기업이 망하고 나서야 인력을 조정할 수 있단 얘기”라며 씁쓸해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국내 고용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맞닥뜨린 산업의 급격한 변화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급·파견·기간제 등 과거 시대에 맞았던 규제를 혁신하고 기업이 각자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다양한 근로계약 형태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은 어떻게든 생존하려는 본능이 있다. 개별 여건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직접고용 유지와 확대를 강요한다면 국내 기업과 자본의 해외 이탈만 가속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용과 해고는 기업에 자율권을 주되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보장받는 기본소득 등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법제화해, 정치가 복지라는 명분으로 고용 제도를 입맛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제언했다.
이소아·강기헌 기자 lsa@joongang.co.kr
2020-08-22 21:00: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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