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려달라는데 규제법 더 옥죈 정부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모바일

상법·공정거래법 국무회의 의결
공정위의 고발 없이 검찰 수사 등
‘대기업 개혁’ 명목, 논란 많은 법안
전문가 “고용 늘릴 돈, 규제 탓 허비”
상법 개정안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 선출에 대해선 헌법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권의 일종인 대주주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강제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들이 주총에서 선임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뜻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대형 상장사들은 주총에서 별도로 감사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이때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는 아무리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도 최대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소액주주들이 원하는 사람을 감사위원으로 선출하자는 취지인데, 해외 투기성 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도 재계가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주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강화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현재 지주회사는 상장사 지분 20%, 비상장사 지분 40%를 확보하면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기업들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은 커지지만 규제 강화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4개 기업집단 중 지주회사를 도입하지 않은 16개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30조9000억원을 자회사 지분 확보에 써야 한다.
정부, 재계의 “투자·경영 위축” 의견 거듭 묵살…원안대로 이달말 국회 제출
정부는 지주회사 전환을 권장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주저하게 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셈이다.
이종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이미 지배하고 있는 자회사(손자회사 포함) 지분을 더 사라고 하는 것은 실익 없이 비용 부담만 늘릴 뿐”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기술개발 투자에 써야 할 돈을 규제 비용으로 허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기업끼리 교환할 수 있는 정보의 유형을 정부가 정해 주는 조항도 재계에선 ‘독소조항’이라고 반발한다. 정부는 담합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하지만 기업 간 자유로운 소통을 통한 시너지 (상승효과)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 고문은 “기업들은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아예 정보 교환 자체를 하지 않게 되고 시장 내 정보의 비대칭성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해외에선 기업 간 정보교환 행위가 담합으로 연결될 때에만 처벌한다”고 말했다.
가격담합 등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조항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공정위의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 조사와 검찰 수사를 동시에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법 개정안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일정한 적응 기간을 주는 방법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2020-08-25 15:04:1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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