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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온건 최후통첩이었다”···‘규제3법 빈손’ 허탈한 재계 - 중앙일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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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온건 최후통첩이었다”···‘규제3법 빈손’ 허탈한 재계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백범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당 대표가 직접 오셔서 최종 통보를 하고 가신 거잖아요.”
 
8일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을 두고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회 회기 중에 본회의를 열고 규제 3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재계는 이 대표의 말을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경총 방문은 추석 연휴 직전에 잡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규제 3법을 설명하려 이 대표와의 국회 면담을 요구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이 대표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경총회관을 방문하겠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이날 이 대표는 경총회관에서 1시간 10분 정도 머물렀다.

 

5대 기업 사장단 "경영 압박 심해질 것" 

경총은 이날 만남에 큰 의미를 뒀다. 여당 대표에게 직접 기업 규제 3법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드문 자리여서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 사장,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5대 기업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를 대표하는 5대 기업 사장단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기업 규제 3법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경총회관 8층에서 25분간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5대 기업 사장단은 규제 3법 개정안을 재고해 달라고 표현했다. 한 참석자는 “사장단이 에둘러 표현했지만, 기업 규제 3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경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뉘앙스였다”고 말했다. 손 회장의 참석 요청에 5대 기업 사장단이 응한 건 그만큼 사안이 급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표 경총회관 앞서 "늦출 수 없다" 

이날 회담의 화룡정점은 이 대표와 기자들의 문답이었다. 25분간 진행된 비공개 회담이 끝난 직후 이 대표는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 개정을) 늦출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손 회장은 회관을 떠나는 이 대표를 배웅하기 위해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대기했다. 이 대표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탓에 손 회장이 현장에서 이 대표의 말을 정확히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당 대표가 경총회관 앞에서 이날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하루 뒤인 지난 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인 경총 회장단이 “이른바 ‘경제단체 공동협의체’를 만들어 기업을 옥죄는 법안 강행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 여론전에서도 밀려 고민 

재계의 고민이 깊어가는 건 여당 설득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21대 국회 시작부터 180석 여당 독주를 우려했다”며 “여기서 밀리면 끝이란 심정이지만, 여당에 읍소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재계는 여론전에서도 밀리는 모양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3% 룰 강화는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경영권에 직결된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여론 설득 작업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공정이란 단어를 선점해 이에 맞설 수 있는 단어를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뉴스1

6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뉴스1

3% 룰은 감사 및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다. 기업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자는 게 입법 취지지만, 경영계는 “외국 금융투기자본과 투기세력의 참여를 허용해 기술 및 영업기밀을 노출할 뿐 아니라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계엔 여당의 다음 입법 시나리오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기업 규제 3법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 3법 개정안, 특수직 고용보험 의무화 순서로 여당이 입법을 밀어붙일 걸로 재계는 보고 있다. 
 

경제단체, 총론 공감에도 각론서 갈려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각 경제단체는 공동 대응을 위한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기업 규제 3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커다란 경영 부담으로 작동할 것이란 총론에는 경제단체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대응 전략에선 조금씩 다르다.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단은 기업 규제 3법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한목소리를 내기로 지난 7일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논의에서 빠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이낙연 대표 등을 따로 만나 기업 규제 3법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21일 주요 입법 현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국회에 제출했다. 리포트는 규제 3법 개정안에 대한 반박보다 입법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대안 제시에 초점을 맞췄다. 
 
전경련은 기업 규제 3법과 관련한 국회 설득 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서 세미나 등을 열면서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기업 규제 3법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권태신 상근 부회장이 국회 등에서 설득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재계에선 경제단체 수장 임기 만료를 앞둔 특수 상황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난다. 박용만 대한상의 임기도 내년 3월까지로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한 규정에 맞춰 내년 퇴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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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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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21:00: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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