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돈 먼저 받아서…" 옵티머스 컨설팅 해준 금감원 직원 - 중앙일보 - 중앙일보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재무건전성 미달 관련 조치를 하면서 다른 운용사보다 두배의 기간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운용에 "12월 전까지 펀드 설정이 가능하겠냐", "돈을 먼저 받아 외형을 갖추기는 어렵냐"며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이후 끝내 '조치 유예안'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했다.
검사 112일 뒤 '유예' 조치…평균 2배 소요
적기시정조치란 재무건전성이 규제 수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게 금융당국이 요구·명령하는 경영개선 조치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해당 조치를 미뤄주는 '유예'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었던 옵티머스운용은 금감원이 검사 112일 만에 '적기시정조치 유예 안'을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 통과시킨 덕에 3개월여의 시간을 벌게 됐다.
금감원 직원 "컨설팅" 언급하며 "조심스럽다"
본지가 확보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표는 그해 11월 9일 금감원 직원 A선임에게 전화를 걸어 감자 및 대주주 변경 승인 관련 절차와 요건 등에 대해 물은 뒤 구체적인 대답을 듣는다. A선임은 김 대표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면서 "금감원 직원이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펀드 외형이라도 갖추면 대응 수월할 것"
김 대표는 12월 14일 A선임으로부터도 비슷한 요구를 받는다. A선임은 옵티머스운용의 신규 펀드 설정 경과를 궁금해하며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가 12월 20일인데 그 전까진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는다. 김 대표가 머뭇거리자 A선임은 "유휴자금(Idle money) 형태로 우선적으로 (납입금을) 받아 일부라도 관리하고 있으면 안 되나? 일부라도 받아서 외형이라도 갖추는 건 어려운 상황인가?"라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A선임은 그러면서 "내일 소위가 있어서 보고를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그런 질문이 나오면 대응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협의만 됐다, 될 거 같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협의까지 구체적으로 완료됐고 그 일부가 실제 납입이 됐다'고 하면 좀 더 대응하기가 수월할 거 같다"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 장관에 부탁할 필요 없겠네" 고위층 로비 정황도
옵티머스운용이 이 문제를 두고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급 인사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양호 전 옵티머스운용 회장이 10월 20일 한 금감원 직원에게 "제가 11월 2일은 감독원장, 최흥식 원장 만날 일이 있어가지고"라고 말하는 부분이 담겼다. 양 전 회장은 11월 9일 대주주 변경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다는 김 대표의 보고를 받고는 "내가 이(헌재) 장관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괜히 뭐 그렇게 되면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 그쵸? 사정 봐가면서 하면 되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운용이 과거 금감원 고위층에게 로비한 정황이 알려진 데 이어, 실제 금감원이 옵티머스운용에 과도한 기간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수사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2020-10-12 21:00:0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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