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포스 "반도체 수급 불균형 심화할 것"
삼성 오스틴 팹 생산 정상화까지 최대 수개월
車 반도체도 공급 부족 더 심해질 것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오스틴 팹 가동 중단으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컨트롤러 칩셋의 리드 타임(주문부터 공급까지 걸리는 시간)이 증가해,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오스틴 팹에서 14~4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낸드플래시와 SSD용 컨트롤러 칩셋을 생산해왔다"며 "이번 정전(으로 인한 가동중단)이 컨트롤러 칩셋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SSD 구매자의 긴급 주문으로 잠재적인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미 SSD 가격 인상 흐름은 시작됐다. 주요 PC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SSD 구매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오스틴 팹 가동 중단은 컨트롤러 칩셋 공급에 대한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SSD 가격의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정전 사태가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현상처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스틴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오후 4시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이 공장이 멈춘 것은 지난 1998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오스틴시 측에서는 삼성전자에 전력 재개 시점을 3일 후라고 애초에 통보했으나, 지금까지 전력 공급이 재개됐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팹이 가동을 재개해도 생산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수일 만에 생산을 회복하면 다행이지만, 최악의 경우 가동 정상화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본다. 가동 재개를 위해선 생산 라인 하나하나를 다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술진을 급파해 생산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SSD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지난해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 역시 커지는 중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PC용 D램(DDR4 8Gb 기준) 현물 거래 가격은 4.10달러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파 등 자연재해가 겹치며 가격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NXP·인피니온 오스틴 공장도 한파로 가동이 중단돼 자동차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NXP와 인피니온은 이 시장에서 각각 21%, 19% 점유율로 1·2위를 다투는 선두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최근 자동차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 상반기 100만대의 생산 차질이 있을 것으로 봤다. 포드와 폴크스바겐, GM 등의 자동차 반도체 부족으로 실제 감산에 들어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상을 고지했으나, 한파 등 자연재해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상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반도체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초과 공급으로 부진했던 업황이 다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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