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로부터 시작된 공공부문의 투기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신도시뿐만이 아니라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예정된 지역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공직자 재산공개에 따르면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의 배우자 하영숙씨는 작년 7월 22일 부산 강서구 대저2동 4777-8번지(답) 면적 534㎡를 2억300만원에 사들였다. 이 땅이 2010년 7월에 2억916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노 구청장측은 종전 거래가보다 30% 싼 값에 이 땅을 샀다.
노기태 구청장 측은 "도시농업(과일,채소) 목적으로 신규 매입한 것으로, 부인 하 씨가 실제 텃밭에서 농사를 하고 있다"면서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더구나 해당 위치는 개발계획지역과 약 10km 떨어진 맥도라는 곳의 땅"이라면서 "지금 거주 중인 아파트 인근에서 작은 텃밭을 운영해왔는데 그 부지 사용을 못하게 되면서 작년에 이 땅을 사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8년 6·13 선거 당시 명지오션시티 중학교 신설과 공동육아나눔센터 설치, 주민 밀착형 독서 서비스 제공, 강서체육공원을 스포츠타운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유치와 오션시티∼대저1동 간 트램 조기 건설, 가덕도 체류형 관광단지, 낙동강 걷고 싶은 길 조성 등 대규모 사업 추진도 내걸었다.
이 밖에도 부산 강서구에 땅을 보유한 정치인은 여럿이다. 투기와 무관하다고 하더라도 개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시세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주택 공급 신규 택지 조성을 비롯해 부산 강서구 일대는 최근 개발 계획이 집중된 지역이다. ▲뉴스테이사업지구 ▲송정지구 ▲둔치도 ▲연구개발특구 ▲항공클러스터 ▲부산연구개발특구 ▲서부산권복합산업유통단지 ▲가덕도 등 크게 8개 구역이 강서구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작년 11월 ‘김해 신공항안’의 백지화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덕도에서 자동차로 약 15~20분 거리에 위치한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 일대 신축 아파트값이 치솟기도 했다.
이어 지난 달 정부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대를 개발해 243만㎡ 규모에 1만8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을 담은 공급 대책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강서구 일대 김해공항 북동쪽 약 176만3000㎡(53만여평) 규모의 택지에 연구개발특구도 조성한다.
김동일 부산시의원(더불어민주당·강서구1)은 부산 강서구 대저2동 4603번지(답) 1650㎡와 4064번지(답) 165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가액은 5억5836만원으로 신고됐다. 대저2동 4603번지 답은 2017년 8월 9일 김 의원이 상속 받은 땅으로, 이모씨, 유모씨 등 2인과 지분을 나눠 소유하고 있으며 채권최고액 기준 7억21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있다. 김 의원은 앞서 부산시가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를 강서구 대저동 일대로 통합 이전하는 계획 중단을 요구한 바 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본인 명의로 부산 강서구 녹산동 일대 전과 답, 임야, 묘지 등 30여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유 의원이 배우자와 함께 보유한 토지 재산은 총 5억9532만9000원으로 신고됐다.
유 의원은 보유 건물 재산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블루힐하우스 아파트 1채,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7단지 아파트 1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건물 전세권(지역국회의원사무소) 등 16억3700만원 규모로 신고했다.
유 의원은 "1960년대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40여년간 부산에 거주하신 선친께서 1983년에 구입한 땅으로, 17년전인 2003년 상속받았다"면서 "신공항 예정지로부터 10km 떨어져있다"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김도읍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부산 강서구 강동동 159-4번지 331.00㎡ 중 82.75㎡(대)와 현재가액이 19억8862만여원으로 신고된 근린생활시설 1채, 9억3199만원짜리 근린생활시설 1채 등 상가 2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1983년 3월 증여를 통해 김 의원 가족 4인이 지분을 나눠 공동 소유하고 있는 땅으로, 해당 위치는 이번에 부산강동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지하철 대사역 인근이다.
이 밖에 김 의원은 부산 북구 화명동 대림쌍용강변타운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서울 잠실푸르지오월드마크 아파트는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이 보유한 토지 재산 현재가액은 7170만1000원, 건물은 42억8162만2000원으로 신고됐다.
김도읍 의원 측은 "부산 강서구 강동동 159-4번지는 묘답(제사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토지)으로, 1983년에 할아버지로부터 사촌 형제들과 함께 일부 증여받았고, 나머지 근린생활시설 등은 1999년 부친이 작고하시면서 상속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투기와 전혀 상관없고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와도 직선거리로 약 25km나 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송순호 경상남도의회 의원의 경우 부친 명의로 부산 강서구 봉림동 271-10번지 개발제한구역 땅인 면적 3140㎡ 중 1046㎡(답)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시청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의 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부산 강서구 대항동 토지 1488㎡를 보유 중이다. 대한제강은 부산에서 가덕도로 진입하는 길목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일대 7만289㎡(약 2만1300평)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제강이 전(全)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대한네트웍스도 같은 지역에 6596㎡ 규모의 공장 부지를 갖고 있다.
정부는 김해신공항 사업을 중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법 후속조치 계획’을 국무회의에서 논의했다. 국토부는 "기존의 김해신공항 사업 추진은 공식적으로 중단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추진은 본격화된다"고 했다.
후속 조치는 김해 신공항 사업 추진 중단과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를 골자로 한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일체의 업무가 즉시 중단되고, 보류 중인 ‘김해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도 끝낸다.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가덕도 신공항으로 대체되므로,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현재 부산시는 2016년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부산 강서구 연구개발특구와 주변 지역 부동산 투기 의혹 시민 제보를 받고 있다. 매수시점을 2016년 1월로 확대한 데는 일찍이 이 일대 투자 및 개발 계획을 그려져 추진돼왔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은 시 4급이상 간부와 관련 부서 직원,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투자·개발 계획이 잡혀있거나 이미 이뤄진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도 공직자들의 불법 투기가 잇따랐을 것이란 의심이 커지고 있다. LH 사태 이후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일대 땅을 공직자들이 개발 전 매입해 투기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김재은씨는 "지방에는 방치된 땅도 많고 급매 현수막을 붙여도 오랫동안 거래가 안되는 땅들도 있다"면서 "매입 시기가 오래되고 보유 기간이 길지언정, 개발은 물론 인허가 등에도 개입할 수 있는 공직자와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에 개발 계획이 잡히고 추진되는 것 자체가 미덥지는 않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계 한 교수는 "공직자들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를 투기로 모두 매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공직자사회의 부패 문제’다. 부동산 시장에 규제만 늘리는 대책이 아니라 공직자 관리 시스템에 부패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이 일어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로 우리 사회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추진이 시급하고 필요한 주택 공급 및 지역 균형 발전 계획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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