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어디 갔나” 제약업계 거래·금액 안 보인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제약·바이오 시장조사업체인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전 세계 M&A 거래 건수는 10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제약·바이오 분야 M&A는 24건에 그쳤다. 지난 1분기 거래 건수(42건)나 지난해 4분기(52건) 거래 건수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2분기 거래 규모가 줄어든 배경에는 이른바 ‘빅딜’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분기 가장 큰 거래는 독일 제약사 모르포지스가 인수한 미국 컨스털레이션 파마슈티컬스였다(17억 달러·약 1조9600억원). 이를 제외하면 5억 달러(약 5700억원)를 넘는 거래는 없었다.
이에 비해 1분기엔 아일랜드 기반 제약기업 재즈파마슈티컬스가 영국 제약사 GW파마슈티컬을 인수하면서 72억 달러(약 8조2800억원) 규모 M&A가 성사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면역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알렉시온을 390억 달러(약 44조8500억원)에 인수했다.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도 같은 기간 항암제를 제조하는 바이오기업 이뮤노메딕스를 210억 달러(약 24조8500억원)에 인수했다.
韓, 2018년 이후 조 단위 M&A 없어
M&A 시장이 침체한 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1조원 이상 대형 M&A가 이뤄진 건 지난 2018년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주식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지만 지난 3년여간 1조원 이상 대형 M&A는 성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가장 큰 거래는 셀트리온이 일본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 권리 자산을 인수하는 거래였다(약 3100억원). 여기에 GC녹십자헬스케어가 유비케어를 2088억원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1000억원 이상 거래도 없다.
이처럼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의 M&A 거래가 저조한 이유로 이벨류에이트파마는 “기업 가치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이를 인수하려는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또 제약·바이오 산업에 이목이 집중하면서 피인수 기업이 주식시장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확충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각국의 규제가 제약·바이오 M&A 거래가 부진한 이유로 꼽힌다. 이벨류에이트파마는 “제약업계는 특성상 의약품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M&A를 추진해 규모를 키우려고 시도한다”며 “하지만 일부 국가 규제 당국은 이런 행위가 자국 시장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40개 바이오 벤처에 투자
대형 M&A는 줄었지만, 중·소형 M&A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M&A가 아니더라도 기술이전이나 기술제휴 등의 방법으로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지난 2월 의약연구개발사 에스엘백시젠에 30억원을 투입해 지분 3.2%를 확보했다. 에이프릴바이오·지아이이노베이션 등 지금까지 유한양행이 투자한 바이오벤처기업은 약 40개다. 셀트리온도 지난 5월 영국 항체-약물 접합체 전문개발업체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제약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부광약품·경동제약·광동제약 등이 최근 투자펀드나 투자조합을 통해 기술 확보를 추진 중이다.
김준 한국바이오경제연구센터 차장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M&A에 소극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약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나 의약품 위탁생산(CMO), 생산시설, 영업, 마케팅까지 확장하면 여전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M&A 성공 사례가 늘어난다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021-07-17 01:00: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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