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위' 없어서 못 파는 車, 중고에 500만원 웃돈 붙었다 - 한국경제
현대차 포터·기아 봉고, 신차기준 100만원 넘게 올라
반도체 공급난·원가상승 등 영향…중고차값도 급등
테슬라는 아예 '시가 판매'

신차보다 비싼 포터·봉고 중고차 > ‘서민의 발’로 불리는 소형 상용차 포터, 봉고 가격이 신차 중고차 가릴 것 없이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매매센터에 중고차가 줄지어 서 있다. /신경훈 기자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2022년식 포터2 가격은 등급별로 1804만~2366만원이다. 2021년식(1694만~2276만원)과 비교하면 110만~90만원 인상됐다. 인상률은 최대 6.5%로, 연식변경 때 1~2%가량 오르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이 세 배 이상이다.
기아의 2022년식 봉고3 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 직전 모델인 2020년식은 등급별 1529만~2219만원이었는데, 2022년식은 1674만~2364만원으로 145만원(최대 9.5%) 인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포터나 봉고는 서민차인 점을 감안해 그동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왔지만, 원가 상승 압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차뿐 아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중고차 가격도 연초부터 급등하고 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아이오닉 5의 1월 시세는 각각 전월 대비 11.9%, 11.7% 올랐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 이상 걸리는 데다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대당 100만원 줄어드는 데 따른 현상이다.
포터2, 봉고3가 디젤차인 점도 올해 가격이 크게 오른 배경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올해부터 의무 적용되는 디젤차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 기준이 강화돼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추가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현대차 싼타페 디젤 모델이 최대 240만원, 기아 모하비 디젤은 최대 177만원 인상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생계형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계형차 가격인상 자제 했지만…원가상승 압력 더는 못버텨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포터2 일렉트릭은 기존 최저 4060만원에서 4190만원으로, 봉고3 EV는 4050만원에서 4185만원으로 각각 130만원, 135만원 인상됐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선택 가능했던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원가 인상 부담을 흡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포터2는 중고차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관계자는 “포터2 중고차는 원래 신차 대비 100만원 낮게 출발하는데, 지금은 신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포터2 중고 전기차는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신차보다 300만~500만원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갈수록 늦어지는 탓이다.
앞서 수차례 가격을 인상했던 테슬라는 최근엔 아예 가격을 사전 공지하지 않고, ‘시가’로 판매하고 있다. 테슬라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모델 X와 모델 S에 대해 “인도 시기가 가까워지면 가격 및 옵션이 확정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차량 출고가 계속 미뤄지자 ‘가격 미정’ 상태로 예약을 받고, 인도 때 최종 가격을 알리는 식이다.
세계 자동차 가격이 일제히 오른 것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본 소재와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통 소재인 열연강판 가격은 미국 중서부 기준 지난해 1월 대비 7월까지 149% 뛰었으며, 냉연강판 가격은 같은 기간 112% 치솟았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은 작년 10월까지 249% 급등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제때 차를 생산·판매하기 힘든 탓도 있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스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14만9200대를 감산했다.
향후 출시될 차량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과 수요가 지속되는 데다 글로벌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맞물리며 신차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 등 세제 혜택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김일규/김형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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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08:27:0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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