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5억弗 영구채 상환한다…시중은행 내일 RP 매입(종합 2보) - 연합인포맥스
자체 유동성 일부 포함…"대주주 태광,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피혜림 기자 = 흥국생명이 오는 9일 예정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상환한다. 이례적인 콜옵션 미이행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 차입 여건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일 보험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이르면 8일 흥국생명이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선다.
이날 주요 시중은행들은 흥국생명에 크레디트익스포저(CE)를 부여하고 RP 매입으로 자금을 조달해주기로 뜻을 모았다. RP는 발행자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단기 채권이다.
현재 흥국생명이 조기 상환해야 하는 자금 규모는 약 5천 600억 원 정도다.
흥국생명은 현재 보유하고 있던 자체 유동성 상당 부분에 주요 시중은행을 상대로 발행할 RP를 통해 상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흥국생명 고위 관계자는 "자체 자금과 금융기관 RP를 통해 예정대로 상환할 방침"이라며 "자금 마련을 위한 일시적인 채권 매각 등은 없었다. 보유 중인 채권은 많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2017년 11월 재무 건전성을 선제로 보강하고자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 상환 조건을 포함해 발행했다. 이달 9일은 해당 콜옵션의 만기일이다.
당초 흥국생명은 이를 차환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치솟는 금리에 발행 시장 상황이 악화하자 이를 포기하고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스텝업 조항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향후 6개월간 기존 금리(4.475%)에 콜옵션 만기일 이후 이자율결정기준일의 미 국채 5년물에 2.472%P(포인트)의 금리를 더해 이자율을 올려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두고 시장에선 관행을 깬 신뢰를 문제 삼으며 비판 여론이 거셌다. 흥국생명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물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논란도 컸다.
금융당국이 나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이행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부연하며 힘을 실었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흥국생명이 돌연 상환을 결정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대내외 평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의 정확한 RP 발행 규모는 미지수다. 다만 시장에선 흥국생명이 발행하는 RP를 균등 분배해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흥국생명의 상환 과정에 정부 차원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했으리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생보업계의 요청에 따라 유동성 매입을 위한 차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사의 레포 매도 등 자금 차입방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는 시중은행이 한국전력공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차입을 검토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번 흥국생명 자금 지원을 둘러싼 결정을 두고 은행권 안팎에선 이와 관련한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며 "중소형 보험사인 흥국생명을 콜옵션 미이행 파장이 이 정도로 클 것으로 미칠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시중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이날 흥국생명은 이례적으로 최근 금융시장에 끼친 혼란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대주주인 태광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흥국생명에 대한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jsjeong@yna.co.kr
(끝)
2022-11-07 11:13:05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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