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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도 맘대로 못 판 집주인들, 2년 뒤를 벼르고 있다 [여기는 논설실]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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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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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주인 A씨는 올 10월말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인은 실거주를 희망하는 사람이었다. 이는 세입자에게도 알렸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 세입자가 맘을 바꿔 "집주인이 바뀌어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나가지 않아도 된다"며 "2년을 더 살겠다"고 통보해왔다. 주택 매입과 동시에 입주가 불가능해진 매수인은 계약을 파기하자며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 A씨는 계약금액인 1억원의 위약금 물어줘야 할 판이다.

#2. 일시적 1가구 2주택인 B씨는 아파트 한 채를 금년말까지 팔아야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만약 팔지 못하면 세금만 5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한다. 진작부터 집을 매각하려고 중개업소 여러 곳에 내놓았지만 팔 길이 막막하다. 팔아야 할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 만기인 올 12월말에 집을 비워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다. 방법은 전세를 낀 채로 집을 파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로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를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세입자에게 사정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세입자도 집주인의 딱한 사정을 듣고 이사를 가고 싶지만 전세 매물이 말라 살 집을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만 들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전세값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한 주택임대차 3법이 지난달 시행된 이후 집주인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샀어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상태라면 새 주인은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이 최근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각종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사비와 중개수수료를 포함한 수천만원의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특정 시점까지는 집을 꼭 팔아야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들은 수억원의 세금을 내느니 수천만원의 보상금을 세입자에게 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또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겠다고 하면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매매를 시도하는 경우다. 하지만 이건 불법이다. 집주인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지만, 그 때는 반드시 2년 이상 살아야 한다. 그 집을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해도 안된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요즘은 주택 매매와 전세 중개 문의보다 '어떻게 하면 세입자가 계약갱신권을 고집하지 않고 나가게 할 수 있나'를 묻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더 많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개정된 주택임대차법이 세입자 보호에만 치중하다 보니 임대인의 권리를 너무 침해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세입자의 임차권이 소중하다면 집주인의 재산권도 보호돼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처럼 전세를 주고 있는 집의 주인들은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방을 빼주지 않는 한 집을 팔 수 없다. 자칫 세입자의 동의 없이 집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는 위약금을 무는 등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집주인이지만 자기 집을 맘대로 팔 수도 없는 이런 상황은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해 집주인들은 부동산카페 등에 모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자구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보호법의 주된 목적은 집없는 세입자의 임차권을 보호하는 것이긴 하다. 그렇다고 세입자 보호가 집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집주인의 권리를 제약하면 그 불똥은 결국 세입자에게 튈 수 있다. 자기 집을 맘대로 팔 수도, 전세값을 함부로 올릴 수도 없게 된 집주인들이 이런 불확실성과 경제적 손실을 새로운 전세계약 때 모두 가격에 반영시킬 개연성이 높다.

그 폐해는 2022년 8월 이후 집중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개정 임대차3법이 시행된 지난 8월 이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피해를 본 집주인들은 새 임차인을 들여 전세값을 제한없이 올릴 수 있는 2년 뒤를 벼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임대차3법을 보완 입법하든지, 시행령을 고쳐서 집주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차병석 수석논설위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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