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가 항공우주·자동차·에너지 분야 핵심 소재로 성장했지만,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밀린 우리 기업들은 ‘샌드위치의 햄’ 같은 신세가 되고 있다. 탄소섬유의 수요처가 무궁무진한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트라가 최근 미국 탄소섬유 시장 동향을 파악한 결과, 항공우주, 자동차, 에너지 등 탄소섬유 3대 수요 분야에서는 국내 탄소섬유 소재 업체들이 기술력 부족으로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주력 분야인 스포츠·레저 산업용 탄소섬유 시장마저 중국과 가격 경쟁 심화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철보다 75% 가벼우면서 강도와 탄성은 7~10배 우수한 탄소섬유는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도 뛰어나 '꿈의 소재'로 불린다. 기능성 의류나 낚싯대, 테니스 라켓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헬리콥터, 우주선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풍력 발전용 블레이드와 수소차 연료탱크에도 활용되면서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탄소섬유 국산화 기술에 집중 투자해 소재 핵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60~70%를 장악한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탄소섬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관련 생태계를 조성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탄소섬유 업체의 기술력은 일본, 미국, 독일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업체에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효성첨단소재(298050)가 독자적으로 2011년 일본·미국·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탄소섬유를 개발해 2013년부터 제품을 생산했고, 태광산업도 울산공장에서 탄소섬유 제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탄소섬유는 산업·건축·생활 용도에만 국한돼 있어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한 항공기·자동차·에너지용 시장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도 일본 제품에 밀리는 형국이다.
당장 더 큰 위협은 우리 기업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범용 탄소섬유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국 기업이다. 탄소섬유의 성장성을 주목한 중국 정부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를 대폭 확대했고, 이미 장쑤헝센(江苏恒神), 중푸센잉카본파이버(中复神鹰碳纤维) 등 중국 업체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 무역관은 "국내 탄소섬유 소재 업체들의 주력 분야인 스포츠·레저 분야에서 고급 제품은 지속적으로 수출되고 있으나, 중저가 제품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 업체에 밀리면서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중국 제품과 가격 경쟁을 피하고 부가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제품의 고급화를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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