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판결은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약 한달 반이 남았다. 이 기간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받은 폭스바겐과 포드를 제외하고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생산·수입이 금지된다.
이들 품목은 코로나19 대유행 등과 맞물려 미국이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 행정부는 자국 내에서 핵심 품목의 생산을 장려하거나 동맹과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다. 중국의 기술적 부상을 막고 미국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은 중국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기가팩토리는 93곳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4곳으로 2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업체는 2030년까지 중국에서는 47곳이 더 늘어나는 반면, 미국에서는 6곳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가 친(親)환경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 전략 품목으로 거론되는 데다가, SK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이 문을 닫으면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ITC 판결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아닌 증거인멸에 초점이 맞춰진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아직 남아 있는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를 통해 해당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ITC의 최근 결정은 SK이노베이션의 2600개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의 장기적인 전망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수요처인 포드의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ITC 판결 이후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도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구했다.
항소에서 패소할 경우 SK는 LG와의 협상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2010년 이후 ITC 최종 결정에서 수입금지 명령이 나온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총 6건이며, 이 중 5건이 항소를 진행했으나 결과가 바뀐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폭스바겐과 포드 등 미국 내 공장에서 공급하는 경우에 한해 각각 2년, 4년 동안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최근 미 정부의 행보를 보면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양사가 합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향후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시장을 뺏길 가능성이 크기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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