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손바닥 크기가 세금 9억 차이…규제가 낳은 기형·편법 - 중앙일보

지난해 말 서울 뚝섬에 들어선 아크로서울포레스트. 꼭대기층 펜트하우스 몸값이 20억원가량 급등하며 올해 첫 공시가격(67억9800만원)이 7위에 올랐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 톱10
평균 공시가 79억, 시세 96억원
타워팰리스 20위권 밖으로 밀려
단지 쪼개고 크기 줄여 규제 피해
올해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은 2003년 준공 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1위를 지켜온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를 눌렀다. 이 단지도 지난해 준공해 올해 처음으로 공시가격 대상에 포함됐다. 집 크기가 407㎡(200평형)로 역대 공시가격 1위 중 최고이고 공시가격이 트라움하우스5의 두 배가 넘는 163억2000만원이다.
톱10 중 신축 3곳, 30가구 미만 7곳
올해 급등해 논란을 낳고 있는 공시가격은 주택시장 ‘별’들을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대개 꼭대기층에 자리잡아 ‘하늘 위의 궁전’으로 불리는 펜트하우스다. 워낙 초고가이고 물량이 희소해 거래가 드물어 시세가 안갯속이다. 한국부동산원이나 국민은행이 운영하는 시세 정보 사이트에도 펜트하우스는 대개 빠져있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적용한 금액이어서 역산하면 시세를 추정할 수 있다. 올해 상위 10위권 평균 공시가가 78억7100만원이다. 시세로는 96억원이다.
최고급 주택도 새집이 뜬다. 올해 10위권에 새로 들어온 더펜트하우스청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8위) 모두 지난해 준공했다.
새집 강세는 지역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초고층 아파트가 몰려 있어 한국의 마천루로 불리는 부산 해운대에서 80층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와 72층 해운대아이파크가 전통적인 최고가 단지였다. 그러다 2019년 말 준공한 엘시티(85층)가 국내 최고층 기록을 갈아치우고 해운대 일대를 평정하며 2020년 공시가격에서 10위에 올랐다. 올해도 압도적인 부산 1위다.

부산 남구 용호동 초고층 W 아파트. 올해 펜트하우스 공시가격이 해운대아이파크를 제쳤다.
최고급 주택시장에선 대단지가 통하지 않는다. 30가구 미만의 미니 빌라형 단지가 코로나 신종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9위이던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101이 올해 3위로 6계단이나 뛰었고, 6위이던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이 4위로 올랐다.
반면 지난해 2, 3위이던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과 삼성동 아이파크가 각각 8, 9위로 내려앉았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는 10위권에서 사라졌다. 초고층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2000년대 초반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은 올해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단지가 작으면 커뮤니티 시설 등이 부족하지만 입주민의 사생활 보호에선 강점이다. 코로나 사태에서 대단지는 다른 입주민과 접촉할 기회도 많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위 10위는 국내 초고가 주택시장 요람이 ‘청담동’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해준다. 3개 단지가 청담동에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청담동은 한강 옆이고 교통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교육 여건이 뛰어난 데다 음식·패션·미용 등이 핫한 선망의 대상"이라며 "주택시장의 연예인급"이라고 말했다.
1970년 강부자에서 2020년 장동건까지
초고가 주택은 화려함,신비주의,돈에서 연예인과 통한다.
더펜트하우스청담엔 배우 장동건·고소영씨 부부가 산다. 연예인 원조는 1970년 지어진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으로 당시는 최고급이었다. 이 아파트 계약 1호가 탤런트 강부자씨였고 배우 고은아씨, 가수 패티 김 등이 입주했다.
서울 구로에 실제 단지명이 '연예인'인 아파트가 있다. 1980년대 말에 지어졌고 올해 공시가격이 5억원 이하로 유명 연예인이 살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펜트하우스청담엔 '골프여제' 박인비씨, 30대인 메가스터디 일타 강사(일등 스타강사) 현우진씨 등도 산다. 최상위 소득층에 오른 연예인·운동선수·유명강사, 30대 등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현우진씨가 매수한 집이 이번 공시가격 1위 집이다. 200억원대 분양가를 대출 없이 지불했다.

공시가격 톱10
최고급 주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규제와의 숨바꼭질이다. 우선 단지 규모다. 올해 상위 10위권 단지 중 7개가 30가구 미만이다. 30가구 이상이면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분양가와 청약자격을 규제하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이어서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로 정한다. 청약통장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주택자 우선으로 분양한다.
분양가상한제로는 건축비 제한에 따라 고급 주택을 지을 수 없다. 고급 주택 수요자에게 팔지도 못한다.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대상이 당초 20가구 이상에서 2014년 30가구로 완화됐다. 올해 상위 10위권 중 5곳이 20가구 미만인데, 2014년 이전에 지은 집들이다.
업체들은 20가구 미만으로 짓기 위해 땅을 쪼개기도 했다. 청담동 마크힐스는 각 19가구씩 2개 단지(이스트윙,웨스트윙)로 나눠 지었다. 인근 효성빌라청담101도 A동(17가구), B동(18가구)으로 이뤄졌다.
건축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구 수를 줄인 게 익명성을 원하는 초고가 주택 수요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고급주택 '유리천장' 245㎡
초고가 펜트하우스 집 크기가 대개 100평형 안팎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론 244㎡가 많다. 본지가 지난해 전용 230㎡ 이상 전국 7862가구를 조사한 결과 245㎡ 이하가 6493가구로 대부분이었다. 이중 244㎡가 2369가구로 전체의 30%나 됐다. ‘245’를 넘지 않으려는 것이다.
전용 245㎡ 초과는 지방세법에서 과거 사치성 재산으로 불린 ‘고급주택’으로 분류돼 취득세가 중과한다. 세율이 12%로 일반세율(1~3%)의 최대 12배다. 그런데 복층일 경우는 274㎡을 초과해야 고급주택이다. 초고가 펜트하우스에 245㎡ 이하 다음으로 274㎡ 이하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트라움하우스5가 273.64㎡, 아크로서울포레스트 273.93㎡ 등이다. 아이파크삼성동 269.41㎡도 복층이다.

주요 펜트하우스 공시가격
고급주택 면적 규제에 트라움하우스 시리즈가 한몫했다. 고급주택 범위가 298㎡ 초과이던 1994년 트라움하우스2가 266㎡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그해 말 245㎡ 규제가 나왔다.
2000년 복층형이 274㎡까지 허용되자 2002년과 2003년 트라움하우스3,5가 273㎡로 지었다. 2003년 말 복층형 274㎡에 한 개 층을 245㎡ 이하로 제한하는 단서가 붙었다. 트라움하우스3,5가 한 개층을 266㎡까지 넓혔기 때문이다. 트라움하우스5는 한 개층 면적을 274㎡까지 최대한 넓히기 위해 다른 층에 기도방으로 불린 2평도 안 되는 5.5㎡의 특이한 방을 만들었다.
한남동 한남더힐과 인근에 비슷한 가격대의 나인원한남은 분양가 규제를 피해 고급 임대주택으로 분양한 뒤 일반아파트로 바뀐 경우다. 전세보증금이 수십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앞으로는 임대 우회 분양도 어렵게 됐다.규제가 최고급 주택시장에서도 기형과 왜곡을 낳고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2021-03-28 15:36:0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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