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찾은 서울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아파트. 신시가지란 말이 무색하게 1986년에 준공된 이 아파트는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정비사업 후보지 중 하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대표 공약으로 꺼내든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직후라 인근 부동산 분위기가 한껏 달아 올라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공인중개업소엔 손님도, 전화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혼자선 뭘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많다. 아직은 다들 숨을 죽인 채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5단지 안전진단 결과가 나와봐야 투자자들도 향방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했다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11단지 소유주)
최근 목동 신시가지 단지는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다, 식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호가가 오르고 매매가 이어졌다.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때였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주택 공급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정부 주도 재건축·재개발 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목동 2단지 전용면적 97.92㎡는 20억4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액 18억5250만원(15층)과 비교하면 두달 만에 1억8750만원이 올랐다. 목동 12단지 71.64㎡는 1월에 13억8500만원(8층)에 거래되다가 3월에 15억4000만원(5층)까지 올랐다. 석 달 새 1억5000만원 넘게 뛰었다. 3월 중순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인근인 신월동 신원파크·길훈아파트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며 투자심리에 불을 붙였다. 목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때만 해도 ‘진척이 있구나’ 싶어서 투자들이 많이 찾았던 때"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에 나온 11단지의 2차 정밀안전진단 결과가 찬물을 끼얹었다. 민간업체가 실시한 1차 정밀진단에서는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지만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2차 안전진단에서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C등급을 맞은 것이다. 목동 신시가지 단지를 통틀어서는 지난해 9월 9단지에 이어 두 번째 탈락이었다.
목동 11단지 소유주는 "6단지는 되고 11단지는 안 된다는 것에 쉽게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역시 목동 5단지 소유주라고 밝힌 한 주민은 "그래서 목동 사람들이 오세훈 시장을 지지한 거죠. 녹물 나오고 주차 불편해 못 살겠다고요. 재건축 좀 시켜달라고"라고 했다.
실제로 오 시장은 지난 7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목동 주민 절반 이상(59.32%)의 지지를 받았다. 재건축의 최전선에 놓인 1~6단지가 있는 목5동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은 69.16%에 달했다. 오세훈 시장은 선거 유세를 하면서 "취임 후 일주일 안에 목동과 상계동의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사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 ‘불장’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목동 현지 공인중개업소 분위기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과는 달리 신중론이 우세한듯 했다. 이날 목동 신시가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외연은 고요했다.
신정동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사실 오세훈 시장이 취임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고 해도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면서 "취임 다음 날부터 나오는 뉴스를 보니 그렇다"고 했다. 서울시의회와 구청장은 물론 국회까지 민주당이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의 권한만으로 활로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선거 기간 중 "(오 시장이) 싸움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싸워야 하고 정부하고 싸워야 하고 시의회하고 싸워야 한다"면서 "시의회만 해도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민주당이다. 싸워서 이기겠느냐"고도 했다. 구청장 역시 25개 구 중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구의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11단지의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1년이라는 짧은 임기 중 목동에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압구정·용산·여의도 등 한강 변에 우선순위를 둘 것 같다"고 했다. 6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다들 오세훈 시장이나 5단지 재건축만 바라보고 있다"며 "그러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역풍이 더 강할까 우려스럽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당장 호가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11단지의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매물이 더 나오거나 덜 나오는 것도 없고, 호가도 전용면적 66.24㎡기준 12억5000만원 선에서 그대로다"고 했다.
인근 10단지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추진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아직 보여준 건 없어 다들 지켜보고만 있다"며 "시정(市政) 성과가 나와야 목동에도 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5단지 2차 진단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2차 진단 결과에서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오세훈 시장이 공약대로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장이 바뀌었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5단지는 이르면 이번달 중 2차 안전진단 결과를 받는다.
12단지의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안전진단 권한이 서울시에 있다. 오세훈 시장이 취임 직후 원하는 대로 주택 공급 정책을 마련한다면 5단지 2차 진단 결과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나올 것"이라면서도 "과연 그럴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어렵다는 뉴스 쪽에 자꾸 눈길이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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