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직원이 출국했습니다"…정부에 자동 통보된다니 '오싹' - 한국경제
첨단산업강화 특별법 7월 시행…또 다른 '빅브러더' 되나
'엔지니어 리스트' 관리하겠다는 정부
해외 이직·기술 유출 막으려 DB화 추진 논란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국가 첨단 전략산업으로 분류된 산업에 종사하는 엔지니어의 출국 정보 등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로봇, 바이오 등 12개 업종, 69개 기술 분야 엔지니어가 대상이다. 한국인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엔지니어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국가 첨단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포함시켰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더해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세웠다. 산업부의 핵심 인력 유출 방지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 이직 제한이 필요한 핵심 인력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직 및 출입국 상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경제계에선 산업 기밀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을 단속하기보단 외국 정부와 기업의 인력 빼가기를 감시하고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을 모니터링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관련 정보 제공을 기업에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산업부 "인력 유출 막아달라고 기업이 먼저 요청…감독 필요"
정부가 7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DB 구축에 나서려면 기업이 핵심 엔지니어의 개별 동의를 받은 뒤 산업부에 명단을 넘겨야 한다. 산업부는 제출받은 명단을 근거로 이들의 출입국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부가 직접 기술 인력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의 동의 없이 출입국 정보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산업에 종사하는 기술 인력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는 예외 조항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는 특허청이 지난해 지식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범시킨 조직인 ‘기술경찰’이다. 특허청은 올해부터 기술 유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기술 경찰 수를 늘리고, 권한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허 침해 단속 위주였던 기술 경찰의 수사 범위도 올해부터 기술 유출 범죄 전반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이 특정 인물을 모니터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기업 내부적으로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보고 있다는 셈이어서 자칫 알려질 경우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막강한 정보통제력을 우려하는 ‘빅브러더’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재와 기술 유출 방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엔지니어들의 개인정보를 국가에서 챙기겠다는 것은 곤란하다”며 “정부가 DB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특별조치법 14조에 등장하는 ‘기술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란 예외 조항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해당하면 정부는 개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경우인지 알 수 없어 과잉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기술 인력의 사기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기업 엔지니어는 “기술자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게 아니냐”며 “해외여행을 어디로 가는지까지 국가에서 수집한다고 하면 납득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있겠느냐”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핵심 기술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해도 민간인을 정부에서 리스트까지 작성해 관리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며 “전례 없는 민간인 감시 조항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빈/이지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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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3 08:35:2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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