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놓칠 수 없어"…'한국, 칩4 동맹 참여' - 한국경제
한경 밀레니엄포럼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美 반도체 공급망 가세…"우리 이해 반영할 것"
![[단독] "반도체 놓칠 수 없어"…'한국, 칩4 동맹 참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01.32133855.1.jpg)
이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반도체산업은 정말 놓칠 수 없고 그런 차원에서 칩4를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미국은 장비 기술, 일본은 소재·부품에 강점이 있다”며 “역할 분담이 잘된 넷이 앉으면 반도체 공급망을 상당히 강화해나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칩4에서 다뤄질 주제와 관련해서는 “인력 양성, 기술 개발 협력, 정보 교환 방안 등을 놓고 관련국 사이에 물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별 국가에 방해되지 않도록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이날 발언은 칩4 참여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칩4 참여를 요청받았지만 그동안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장비는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의 우방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칩4 참여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설계와 장비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칩4에 참여하지 않으면 한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칩4 참여 방침도 이런 점을 감안한 조치로 분석된다. 다만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칩4가 ‘개별 국가’를 겨냥하지 않고 있다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대기업 설비투자 공제율 1%는 부끄러운 숫자…금리 수준은 돼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기업의 혁신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 확대, 법인세 감면 등을 포함한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준 것처럼 한국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파격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높은 법인세율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을 도태시키는 일인 만큼 적어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독] "반도체 놓칠 수 없어"…'한국, 칩4 동맹 참여'](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01.32137616.1.jpg)
▷이 장관=미국의 IRA,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선진국의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잘 활용하면 국내 기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IRA의 경우 제도 도입으로 피해를 받는 유럽·일본과 공조해 국내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CBAM은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국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EU에서 인정해주면 국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무역적자 등 민간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정부 지원과 역할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장관=수출전략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대통령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논의하는 비공식 회의체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부가 함께 수출추진단을 가동해 원전·방산 등 수출 이슈를 총망라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의약품, 농산물 수출 등은 아직 수출 조직 정비가 부족한 측면이 있어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바이오 등 수출 역량이 있는데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분야는 수출 산업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기를 많이 쓴 사람, 낭비한 사람들이 책임지는 게 아니라 (한전 적자를) 모두의 문제로 희석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전기요금 인상은 주저할 일이 아니다.
▷이 장관=내년에 기준연료비는 ㎾h당 45.3원, 기후환경요금은 ㎾h당 1.3원 등 ㎾h당 총 50원 이상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누적돼 있다. 연료비 연동제라는 좋은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가격조정 원칙이 정착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조속한 시일 안에 내년도 요금조정 방안을 마련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겠다. 미세먼지 관리제 탄력 운영, 전력도매가(SMP) 상한제 도입 등 전기요금 인상 요인 최소화 노력이 병행되면 한전의 누적적자 문제도 차츰 해소될 것이다. 미국 뉴욕에선 건물당 에너지 효율이 미흡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가 최근 통과됐다. 한국도 대도시 건물 부문에 에너지 수요 효율화를 촉구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건물부문 수요 효율화도 강화해 나가겠다.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1970년 석유 위기에 버금가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쳐야 하는데, 정부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 장관=전적으로 동감한다. 에너지 절약 효과는 일석사조다. 에너지를 덜 쓰면 발전소 건설 비용과 에너지 수입 비용이 줄어든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송전비용도 줄일 수 있다. 더 강력한 에너지 수요절감 정책을 발굴하겠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산업인력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산업 대전환을 위한 인력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이 장관=세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이민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 한국이 세계 7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우리의 두뇌만으로는 어렵다. 한국이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글로벌 탤런트(세계적 인재)가 모이는 ‘멜팅폿’이 돼야 한다. 해외 인재에 대한 영주권이나 국적을 부여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현실성이 있는 목표인가. 또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지난 정부에서 너무 무리한 측면이 있다.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장관=윤석열 정부의 원전 육성 의지와 한국 원전 경쟁력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원전 30기를 수출하겠다는 정부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원전 발주국이 관심을 두는 방산, 건설·인프라 등을 총망라한 패키지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기로 한 NDC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030년 30%에서 21.6%로 조정하는 등 NDC 이행도 현실성 있게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2027년 완전자율주행차 하겠다고 하지만 한국의 규제현실을 감안할 때 절대 안 될 거다.
▷이 장관=산업부부터 각종 인증제도부터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지 뒤지고 있다.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다른 부처에도 규제를 없애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산업부가 규제 제거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화물연대 파업도 한국 사회에 고질화된 잘못된 관행이다. 기술혁신과 제도혁신이 함께 이뤄지면 성장이 촉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산업부 업무계획에 좋은 정책이 많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성장이나 생산성 향상에 정부 정책이 많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 장관=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 내에서 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이 성장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작은 나라이고 세계를 상대로 교역하기 때문에 성장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미국, 중국, 대만 모두 국가가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 지원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이 장관=설비투자 세액공제는 대폭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산업부가 세제당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또 산업생태계가 함께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중소기업 투자도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대기업을 배제하는 지원책으로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기업 규모에 따른 지원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겠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
2022-12-16 08:57:4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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