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2조 합의···바이든 "美 노동자·자동차산업 승리" - 중앙일보 - 중앙일보 모바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엽업비밀 침해를 놓고 분쟁을 벌인지 713일만에 합의했다. SK가 LG에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고, 국내외 모든 소송 취하와 10년간 쟁송을 하지 않는 조건이다. 특히 이번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11일·현지시각)을 단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태평양 건너 '줌'으로 반나절 만에 마침표
바이든, "미 노동자와 자동차 산업의 승리"
USTR이 지난 2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직후부터 LG와 SK가 미 현지에서 선임한 로펌을 통해 합의를 종용해왔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LG와 SK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섰던 바이든 대통령의 합의 전략이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1일(현지시간) LG와 SK가 2조원의 배상금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자 "이번 합의는 미국 노동자들과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합의를 위해 노력해 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감사한다"며 "미국 자동차 산업 강화 및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의 승리를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도 작동
물론 LG와 SK의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미 전기차 시장은 단일 시장으로 중국 다음으로 크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배터리 시장을 공략해야하는 LG나 SK 입장에서 미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 종용하는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전에 전력투구한 것도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SK 엔지니어 스카우트로 싸움 점화
미 현지서 여론전 펼치며 대립
이후 1년 가까이 양사는 신경전과 여론전에 나섰다. 두 회사의 미 공장이 위치한 주정부와 협력사가 대리전에 나설 정도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오하이오주 합작사를 설립한 GM과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주지사는 지난해 5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1000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할 LG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ITC에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ITC 조사 결과가 조지아주, 나아가 미국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주의 깊게 평가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ITC에 보내기도 했다.
ITC, LG 손 들어주고…SK 배터리 수입 금지
SK 조지아 공장 돌릴 수 있어
양사는 11일 각각 입장문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분쟁과 관련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 조지아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됐다”며 “포드 및 폴크스바겐 등 고객사들의 변함 없는 믿음과 지지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앞으로 더 큰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된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SK는 “소송이 장기화될 경우의 불확실성과 K배터리의 미래를 고려해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도 두 기업의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이번 일을 계기로 2차전지 산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또 “이제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비해 준비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강기헌·김경미 기자 emckk@joongang.co.kr
2021-04-11 20:00:0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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