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비위 CEO 강경대응 예고…한국타이어·NH증권 사정권 되나 - 연합인포맥스
정권과 코드 맞춘 듯…수탁자책임실장도 "비위 임원 재선임 반대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수탁자책임실장이 공개발언에 나서는 등 주주활동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내고 있다. 특히 당국으로부터 비위 행위로 제재를 받은 임원은 재선임을 반대하겠다고 못 박고 있어 CEO가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은 주총을 앞두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대통령과 코드 맞춘 국민연금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총괄하는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임원 재선임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지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가 주제였던 이번 세미나에서 이 실장은 소유분산 기업의 임원 재선임에 대해 "해당 임원의 재무적·전략적 실적 등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횡령·배임·부당지원·사익편취 등 자본시장법상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는 후보들에 대해선 의결권을 통해 반대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횡령이나 비자금, 뇌물, 불완전 판매 등 다양한 부정행위가 있음에도 최고경영자(CEO)·회장 등이 연임하는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연금도 공감하고 있다며 "지금보다 (국민연금이) 더 강화된 활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장이나 각계 이해관계자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민연금이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 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정부 투자 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먼저 공론화시켰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기자회견에서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거론한 데 이어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마저 취임하자마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의 방침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민연금의 서열 1·2위인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일사불란하게 같은 대상군을 공개 저격하는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측은 전날 윤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재차 확인됐고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을 총괄하는 이 실장까지 같은 날 코드를 맞추면서 KT와 포스코 등은 더 강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 유력…일부 증권사도
한편으로는 KT와 포스코 외에도 CEO나 회장이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기업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들의 지분을 대부분 5% 이상, 많게는 10% 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총에서 임원 재선임을 반대하면 부결될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 조정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총 29곳이었다. 이들 외에 KT와 포스코 등 이미 지분 보유 목적이 일반투자인 기업까지 포함하면 국민연금의 사정권에 들어간 곳은 더 많아진다.
이 가운데 올해 주총에서 임원 재선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곳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NH투자증권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국의 요주의 감시 대상에 올랐다.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옛 MKT)로부터 타이어 무늬를 만드는 생산장비를 비싼 가격에 매입해 조현범 회장 등 오너 일가를 부당 지원했다고 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타이어에 지난달 80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작년 11월 말 한국타이어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범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집무실도 수색 대상이 됐는데 검찰이 결국 조 회장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에 대해 수탁자책임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상향하고 임원의 해임까지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NH투자증권도 국민연금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앞서 2021년 3월 금융감독원은 옵티머스 펀드 판매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한 이유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에서 결정된 제재 조치안은 금융위원회 안건 소위원회의 사전 검토와 조율을 거쳐 정례회의로 올라가는데 이번 달 금융위가 이 안건을 상정할지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위가 안건소위에서 이번 제재 조치안의 상정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대법원 판례로 제재의 법적 근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실무 준비를 거쳐 2월 중 제재 안건을 본격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문책 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되면 정영채 대표는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jhjin@yna.co.kr
(끝)
2023-01-31 05:11:4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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